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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01 제빵의 첫 단추, 믹싱

by _글쓴이_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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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빵"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어릴 적 동네 빵집을 지나가면서 맡았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먼저 떠오릅니다. 어머니를 졸라서 들어간 빵집에서 만났던 소보루빵, 단팥빵, 식빵, 바게트 등등 수많은 빵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저에게는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빵집에서 무엇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빵인 누군가에게는 추억일 뿐만 아니라 삶 속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식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부터 빵에 대해 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맛있고 내가 원하는 식감, 모양, 질감의 빵을 만들 수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가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시작이 되는 빵 만들기의 기본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빵을 만들기 전 마음가짐

제빵과정을 처음 접하고 놀란 점은 생각보다 빵을 만들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발효와 휴지시간은 실제로 빵을 반죽하거나 굽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빵은 급하게 만들어내는 대충 끼니를 때우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빵이 발효되어 가는 것을 지켜볼 때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보 시절에는 빨리 발효를 시키고 싶어서 급하게 다음 공정을 진행하거나, 온도를 높여서 발효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저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집에서 빵을 만들 때는 온도(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의 영향으로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변수인 것 같습니다.), 습도, 재료, 시간 등의 조건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각의 공정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반죽의 상태에 따라 내가 변수를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저에게는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으로 그리고 교훈으로 크게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빵의 공정

1. 믹싱

2. 발효(1차 발효)

2.1. 펀치

3. 분할

4. 둥글리기

5. 벤치 타임

6. 성형

7. 최종발효(2차 발효)

8. 구워내기

 

제빵은 이렇게 (무려!) 8개의 공정으로 이루어지는데요. 가끔 일부 공정을 생략한 방법도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들이고 각 공정마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원리가 담겨있으니 하나씩 비중 있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단계인 믹싱입니다. 말 그대로 재료들을 섞어주는 공정인데요. 언뜻 들으면 간단해보이지만 다음 일곱 단계도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공정인 믹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믹싱은 재료에 따라서,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빵을 만드는 사람이 반죽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믹싱 방법을 사용하여 맛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믹싱

1. 믹싱(Mixing)

믹싱은 밀가루, 물, 이스트 등의 재료를 섞어서 반죽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각 재료가 균일하게 섞이고 물이 흡수되어서 반죽의 점성과 탄력, 신장성을 만들어주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공정에서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반죽에 형성되어서 빵이 완성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믹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밀가루와 수분이 제대로 섞이지 않아 덩어리가 많이 보이고 거칠며 손으로 만지면 뚝뚝 끊기는 상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잘 섞이고 반죽을 계속 치대 주다 보면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윤기가 흐릅니다. 완성된 반죽의 온도도 반죽 상태를 확인하는 포인트입니다. 23~26℃가 적당하지만 가정에서 만드는 경우는 28℃ 까지 높아져도 괜찮았습니다.

 

2. 믹싱의 단계

믹싱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반죽의 상태에 따라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혼합 단계입니다. 밀가루 등 재료와 물이 섞이면서 끈적한 상태가 됩니다.

두 번째는 픽업 단계입니다. 밀가루에 물이 흡수되면서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반죽을 늘리면 잘 찢어지지만 혼합 단계보다는 질척거림이 점점 사라지고 반죽이 작업대에서 잘 떨어집니다.

세 번째는 클린업 단계입니다. 클린업이라는 말은 반죽이 작업대나 믹싱볼에 들러붙지 않고 하나로 뭉쳐져서 믹싱볼이 깨끗해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반죽에 물리적인 힘을 가할수록 글루텐이 점점 더 많이 생성되고 강화됩니다. 글루텐은 반죽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클린업 단계에서는 글루텐 조직이 강화되어 점성과 탄성이 커지고 잘 늘어나게 됩니다.

네 번째는 발전 단계입니다. 글루텐 조직이 더욱 강화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반죽을 얇게 늘렸을 때 얇은 막이 형성됩니다. 반죽의 표면은 이제 덩어리가 전혀 없고 끈적거리지 않으면서 매끄럽고 윤기가 납니다.

 

3. 믹싱의 종료시점

믹싱은 반죽이 적절한 상태에 도달하였을 때 종료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너무 과하게 믹싱을 하게 되면 오히려 반죽이 탄력을 잃고 껌처럼 늘어지게되는 상태가 되는데 이런 반죽을 굽게 되면 잘 부풀지 않고 맛에도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죽을 할 때는 손반죽이 아니라면 상태를 눈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만져보고 늘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은 재료, 사람, 기계로 만들어도 온도와 습도 같은 미묘한 조건에 따라 반죽 상태는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반죽 상태
믹싱이 진행된 반죽, 표면이 매끄럽고 끈적거리지 않는다.

 

다음 시간에는 믹싱 다음 공정인 1차 발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발효도 빵의 완성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과정인 만큼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빵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인 발효에는 어떤 원리가 담겨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더욱 더 알찬 정보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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